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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성 심판이 아니라 ‘김민서 심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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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0
지난 11월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사장이었던 킴 응을 새 단장으로 임명했다. 메이저리그 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킴 응은 메이저리그 사상 첫 여성 단장이 됐다. 야구를 떠나 북미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남자 프로팀의 첫 여성 단장이었다.
킴 응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볼 수 없으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국야구 역시 오랫동안 여성에게 ‘닫힌 생태계’였고, 그 틈에서 어렵게 꿈을 이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스포츠경향이 2021년을 맞아 ‘한국 야구의 킴 응들’을 찾는다. 킴응이 그랬듯 야구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꾸는 꿈을 현실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KBO리그의 심판들은 전원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프로야구에 지명받은 이들이 빠른 은퇴 뒤 심판의 길을 걷는게 대부분이다. 엘리트 야구 선수의 길을 가지 않은, 이른바 ‘비선출’ 심판은 프로야구에 없다. 하물며 여자 심판은 더더욱 발 딛기 힘들다. KBO리그가 아닌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 24명 중 딱 한 명, 여자 심판위원이 있다. 올해로 심판 8년차를 맞는 김민서 심판위원(36)이다. 김 위원을 지난 연말 수원 KT 홈구장에서 만났다.
김 위원은 체육학과를 졸업한 스쿼시 강사 출신이다. 사촌동생 둘이 야구 선수를 지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야구가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야구가 눈에 들어왔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 심판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사설 심판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 심판을 봤다.
2012년 방영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여주인공 김하늘은 주중에 교사, 주말에 사회인 야구 심판이었다. 김 위원은 “작가 분이 참 야구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김 위원은 KBO가 운영하던 명지전문대 심판학교 행정조교로 일할 때였다. 당시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이 여성 심판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심판학교 조교 김민서’가 물망에 올랐다. 김 위원은 “사회인야구 심판 경험도 있고, 심판 학교 조교를 하면서 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2013년 겨울, 심판학교에 조교가 아닌 학생으로 참가했고, 테스트를 통과해 최종합격자 8명 중 한 명에 포함됐다.
모든 선구자들이 그렇듯, 비선출에 게다가 여성 심판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없을 리 없다. 김 위원은 “경기 전 심판 소개할 때 관중석에서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야유가 나올 때도 많았다. 아웃이나 세이프 콜을 하면 ‘고마워요 아가씨’라는 말도 들렸다.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감독 중에는 여자 심판 들어오면 ‘재수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번은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데, 학부모 중 한 분이 ‘여자가 어쩌고’ 하면서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하더라. 그때 마침 왼쪽 엄지 발톱이 빠진 터여서 아파 죽겠는데, 욕까지 들으니 성질이 나더라. 그때 딱 한 번 성질 내 봤다”고 털어놓았다.
심판 초기, 주심을 볼 때는 감독이 항의하러 나오면 남자 선배들이 뛰어와 막아주는 일도 잦았다. 김 위원은 “이제 그런 일들에 다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비선출 여성 심판이어서 유리한 점이 존재한다. 김 위원은 “경기 흐름을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운영하는데는 여성 심판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심판이 되고 싶다고 물어보는 분들에게 한 두 해 하고 말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 승부를 가르는 순간의 판정에, 초보니까, 비선출이니까, 여자니까하고 봐주는 것 없다. 오히려 ‘그것봐라’라는 시선이 쏟아진다. 더 집중하고, 더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 7년을 채운 지금은 ‘여성 심판’이 아니라 ‘김민서 심판’이다. 지난 시즌 고교 야구 결승에서 3루심을 봤을 때, 경기 뒤 차를 타고 지나가던 김응용 협회장이 창문을 내리고 “김 위원! 아까 그거 3루에서 잘 때렸어(아웃선언을 했다는 뜻)”라고 외쳤다. 김 위원은 “심판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심판을 꿈꾸는 여성 팬들의 꿈이자 목표다. 2021시즌 목표를 묻자 “오심 더 줄이고, 김민서 심판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주심용 마스크 속 웃음에 자신감이 넘쳤다.
킴 응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볼 수 없으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국야구 역시 오랫동안 여성에게 ‘닫힌 생태계’였고, 그 틈에서 어렵게 꿈을 이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스포츠경향이 2021년을 맞아 ‘한국 야구의 킴 응들’을 찾는다. 킴응이 그랬듯 야구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꾸는 꿈을 현실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KBO리그의 심판들은 전원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프로야구에 지명받은 이들이 빠른 은퇴 뒤 심판의 길을 걷는게 대부분이다. 엘리트 야구 선수의 길을 가지 않은, 이른바 ‘비선출’ 심판은 프로야구에 없다. 하물며 여자 심판은 더더욱 발 딛기 힘들다. KBO리그가 아닌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 24명 중 딱 한 명, 여자 심판위원이 있다. 올해로 심판 8년차를 맞는 김민서 심판위원(36)이다. 김 위원을 지난 연말 수원 KT 홈구장에서 만났다.
김 위원은 체육학과를 졸업한 스쿼시 강사 출신이다. 사촌동생 둘이 야구 선수를 지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야구가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야구가 눈에 들어왔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 심판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사설 심판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 심판을 봤다.
2012년 방영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여주인공 김하늘은 주중에 교사, 주말에 사회인 야구 심판이었다. 김 위원은 “작가 분이 참 야구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 김 위원은 KBO가 운영하던 명지전문대 심판학교 행정조교로 일할 때였다. 당시 이병석 대한야구협회장이 여성 심판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심판학교 조교 김민서’가 물망에 올랐다. 김 위원은 “사회인야구 심판 경험도 있고, 심판 학교 조교를 하면서 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2013년 겨울, 심판학교에 조교가 아닌 학생으로 참가했고, 테스트를 통과해 최종합격자 8명 중 한 명에 포함됐다.
모든 선구자들이 그렇듯, 비선출에 게다가 여성 심판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없을 리 없다. 김 위원은 “경기 전 심판 소개할 때 관중석에서 ‘집에 가서 밥이나 하라’는 야유가 나올 때도 많았다. 아웃이나 세이프 콜을 하면 ‘고마워요 아가씨’라는 말도 들렸다.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감독 중에는 여자 심판 들어오면 ‘재수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번은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데, 학부모 중 한 분이 ‘여자가 어쩌고’ 하면서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하더라. 그때 마침 왼쪽 엄지 발톱이 빠진 터여서 아파 죽겠는데, 욕까지 들으니 성질이 나더라. 그때 딱 한 번 성질 내 봤다”고 털어놓았다.
심판 초기, 주심을 볼 때는 감독이 항의하러 나오면 남자 선배들이 뛰어와 막아주는 일도 잦았다. 김 위원은 “이제 그런 일들에 다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비선출 여성 심판이어서 유리한 점이 존재한다. 김 위원은 “경기 흐름을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운영하는데는 여성 심판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심판이 되고 싶다고 물어보는 분들에게 한 두 해 하고 말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 승부를 가르는 순간의 판정에, 초보니까, 비선출이니까, 여자니까하고 봐주는 것 없다. 오히려 ‘그것봐라’라는 시선이 쏟아진다. 더 집중하고, 더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 7년을 채운 지금은 ‘여성 심판’이 아니라 ‘김민서 심판’이다. 지난 시즌 고교 야구 결승에서 3루심을 봤을 때, 경기 뒤 차를 타고 지나가던 김응용 협회장이 창문을 내리고 “김 위원! 아까 그거 3루에서 잘 때렸어(아웃선언을 했다는 뜻)”라고 외쳤다. 김 위원은 “심판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심판을 꿈꾸는 여성 팬들의 꿈이자 목표다. 2021시즌 목표를 묻자 “오심 더 줄이고, 김민서 심판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주심용 마스크 속 웃음에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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